롯데월드타워의 전망대를 구경 가거나 시그니엘 호텔에서 숙박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시 이상한 점을 느낀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고층의 전망대에서 넓은 통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도 좋기는 하지만 창문을 열고 상공의 시원한 느낌을 느끼고 싶더라도 창문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창문을 만들어놓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두 개 정도는 만들어 놓을 법도 한데 왜 단 한 개의 창문도 만들어놓지 않은 것일까?
높아지는 마천루
발전하는 건축기술에 힘입어 20세기 이후 수 많은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다. 도시로 밀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늘어난 인구밀도는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만 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건물들의 높이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물론 고층빌딩은 존재 자체로 그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하며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부가가치를 창출하니 나라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마천루가 한 두 개 정도는 지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높이가 높은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니즈도 반영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수많은 고층빌딩들은 높은 상공의 풍경을 몸으로 직접 닿고 싶은 관광객들의 니즈는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바깥의 공기마저도 직접 맡을 수 없고 건물 내부에 위치한 기계실의 기계들을 통해 환기를 시키고 있는데 고작 창문 하나 설치하는 것이 뭐가 어렵다고 건물 전체를 꽁꽁 싸맨 이유가 무엇일까?
굴뚝과도 같은 고층빌딩
물론 높은 상공의 바람은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는 지상의 바람보다 훨씬 빨라 위험하기도, 혹시 물건이라도 떨어진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통유리를 설치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사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비상상황 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유발하는 굴뚝효과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굴뚝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공장 주변에 높은 원기둥 형태의 굴뚝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생각난다. 이는 공장 내부에서 발생된 오염된 기체를 내보내며 환기를 하는 것인데 굳이 환기를 위해 환풍기 대신 높은 굴뚝을 지은 이유가 있을까?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운 내용으로는 공기에는 층이 있어 우리가 일상생활하는 곳과 떨어트려놓기 위함이라 배웠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굴뚝 자체가 자연적인 공기 순환을 만들어내 환풍기와 같은 동력원이 없어도 환기를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력의 원리에 의해 뜨거운 공기는 가벼워져 위로 상승하려는 성질을 띈다. 마찬가지로 공장 내 작업으로 인해 생성된 뜨겁고 오염된 공기들은 위로 상승하고 굴뚝을 통해 배출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고층빌딩을 다시 살펴본다면 굴뚝과 같이 생겼는데 이는 건물 자체가 공장의 굴뚝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공장의 굴뚝보다 훨씬 높이 솟아있으니 훨씬 강력한 자연 환풍기가 된다.
자연환기는 좋은 것 아닌가?
환풍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자연적으로 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건물에 환기가 필요한것은 맞지만 그 양이 적정량을 초과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공기가 순환한다는 것은 바람이 분다는 것인데 저층에서 고층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압력의 차이를 발생시켜 고층 거주민은 현관문을 열기 힘들기도, 고층빌딩에 필수적인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만들어진 오염된 공기는 모든 층을 지나 고층으로 모이게 되니 고층 주민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만약 이 때에 오염된 공기를 환기하기 위해 창문을 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층을 거치며 상층부에 모인 공기들이 한순간에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려고 할 것이고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초고층의 높이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시그니엘에는 창문이 없고 모두 통유리로 막혀있는 것이다. 바깥공기를 직접 맡을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만약 창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열 때엔 목숨을 걸어야 할 지도 모른다.
또한 에너지 측면에서도 손실이 크다. 이는 겨울철 백화점 1층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쉬운데 건물 내부를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공기를 가열하면 그대로 고층부로 이동을 해 버리고 그 공간은 다시 외부의 차가운 공기로 채워져 난방을 아무리 해도 따뜻해지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따뜻한 공기는 고층에 모두 모이기에 심하면 한겨울 냉방을 해야 할 정도다. 한쪽은 과도한 난방을, 다른 한쪽은 냉방을 해야하니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이 발생된다.
굴뚝효과를 줄이려면?
굴뚝은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굴뚝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굴뚝을 잘 밀봉하면 된다. 고층부의 창문을 통유리로 바꾸는 것은 굴뚝의 윗부분을 막는 것이니 이제 아랫부분을 막으면 되는데 우리가 건물을 들어갈 때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이중문이 그 역할을 수행한다. 두개의 거대한 문은 공기가 쉽게 드나드는 것을 막아 건물의 저층부를 밀봉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와 함께 건물 내부로 들어가는 공기의 양과 나가는 공기의 양을 같게 만들어 문이 쉽게 열리도록 도와주는 회전문도 건물의 출입구에 함께 설치되어 있다.
굴뚝의 입구와 출구를 막은 다음 방법으로는 내부의 통로에 공기가 잘 이동하지 못하도록 장애물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나 계단과 같은 수직의 구조물은 공기가 다이렉트로 이동할 수 있어 굴뚝효과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한다. 따라서 하나의 엘리베이터로 고층까지 한방에 이동하지 않고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며 이동하기도 고층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팬을 사용해 역으로 밀어내기도 하며 굴뚝효과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하지만 발생하는 원인 자체가 자연적인 현상이라 굴뚝효과를 막는 것이 쉽지는 않다. 실제로 롯데월드타워의 엘리베이터도 자주 고장이 나는 것을 기사로 확인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물의 이름값에 비해 아쉽다. 또한 건물이 전부 지어진 이후 발생하는 문제는 해결 또한 쉽지 않다. 철근콘크리트로 단단하게 지어진 구조물 자체는 변화하지 않으니 개선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처음 지을 때 충분한 검토를 하고 신중한 설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굴뚝효과 - 창문도 열 수 없는 최고급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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