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

공진 (1) - 공진이란 무엇인가?

by 테크스토리 2022. 9. 7.
반응형

공진(共振, resonance)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U자 모양의 소리굽쇠를 때려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텐데 그 실험이 바로 공진에 대해 알아보던 실험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때의 실험이 도대체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 실생활에는 어떻게 사용이 되는지 알지 못한 채 졸업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공진현상은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굉장히 많은 제품들이 공진을 활용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공진이 원치 않게 발생을 한다면 굉장히 끔찍한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과연 공진이란 무엇일까?

 

공진이란?

소리굽쇠

공진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진동계가 그 고유진동수와 같은 진동수를 가진 외력을 주기적으로 받을 때 진폭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현상."이라고 쓰여있다. 얼핏 보면 진동계, 고유 진동수와 같은 모르는 단어가 꽤 많이 보이지만 위의 정의를 쉽게 풀어쓰자면 어떤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떨림과 같은 떨림이 물체에 가해진다면 그 힘이 증폭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물론 아직도 어떤 말인지 이해가 오지 않을 것이다. 포스팅에 차차 풀어가볼테니 조금만 참아보자 공진 굉장히 재밌다.

 

그렇다면 어떤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떨림과 같은 떨림이 가해져 그 힘이 증폭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에너지가 쌓이고 결국 파괴가 일어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현상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는 쌓이지 않고 어딘가로 분산되어 사라지기 마련인데 공진이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물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에너지를 내보내지 못하고 계속 가지고 있다가 붕괴하게 되는 것이다.

테크노마트

약 10년전 뉴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변 테크노마트 이상 진동현상도 공진에 의한 진동이었는데 건물의 수직방향 고유 진동 주기인 0.34초와 건물 내부 헬스클럽에서의 단체 뜀뛰기의 주기가 일치해 건물 내부의 사람들이 대피할 만큼의 떨림을 유발하였다. 그런데 굉장히 이상하다. 헬스클럽의 인원이라고 해 봤자 많아야 수십 명 내외였을텐데 그들의 단체 뜀뛰기가 거대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흔들 만큼의 에너지를 낼 수 있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진현상이 발생한다면 이런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유주파수와 외부의 힘이 일치한다면 에너지가 방출되지 못하고 쌓이기 때문에 고작 수십 명으로도 건물을 흔들 수 있었던 것이다.

 

 

타코마 다리 붕괴 현상

타코마다리 붕괴

공진이라는 것을 모르더라도 유튜브에서 추천되는 영상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리가 종잇장처럼 휘어 구불거리다 결국 붕괴한 영상을 말이다. 이는 대표적으로 공진에 의한 붕괴로 잘못 알려진 현상이며 이것의 붕괴 원인은 공진이 아닌 플러터(Flutter) 현상 때문이었다. 플러터 현상은 얼핏 본다면 공진과 비슷해 보이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고유 진동수와의 일치가 없고 단순 피로파괴(Fatigue Fracture)로 인한 현상이다. 바람이 불어와 다리를 들어 올리고 무거운 다리는 다시 중력의 영향을 받아 바닥으로 떨어지고를 반복하며 다리에 크랙이 발생하고 무너져버린 것이다.

 

물론 공진에 의한 다리 붕괴사고도 있었다. 1831년 영국 멘체스터의 다리 위에는 군인들의 행군이 진행 중이었는데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행군과 같은 훈련에서는 제식을 굉장히 강조한다. 따라서 다리 위에서 행군을 진행하던 군인들 또한 발을 맞추며 걷고 있었고 이때의 진동이 우연히 다리의 고유 진동수와 일치해 증폭된 에너지로 결국 붕괴하여 200여 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었다. 이렇게 보면 강변 테크노마트도 붕괴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찔한 생각이 든다.

 

위의 두 사례는 후대의 설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재현해보거나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공진현상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바로 배를 탔을 때 뱃멀미를 하는 현상이다. 우리의 몸은 머리에서 어깨, 허리, 두개골, 등뼈 등으로 이루어진 아주 복잡한 복합물체로써 고유진동수도 신체의 부위마다 다르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상하방향으로 4~8Hz, 그리고 앞뒤 방향으로 1~2Hz가 인체에 영향을 주는 주된 주파수라고 한다. 따라서 배를 탔을때 파도에 따라 일렁이는 주파수가 인체 고유주파수와 일치하게 되면 우리는 매스꺼움을 느끼게 된다.

 

 

고유주파수란 무엇인가?

고유주파수

드디어 이 포스팅의 주인공이었던 고유주파수라는 것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먼저 고유주파수는 영어로 Natural Frequency라고 불리며 공대에서 기초과목으로 배우는 공학 수학에 수도 없이 나오는 고윳값(Eigen Value)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유라는 말은 물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기본 성질과도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각각의 고유(Natural) 주파수로 진동을 하고 있다.

헤르츠

그렇다면 주파수(Frequency)는 무엇일까? 주파수의 단위는 많이 들어보았을 Hz(Hertz)이다. 1초당 몇 번을 진동하였는가로 정의가 되며 1초에 4번을 진동하였다면 4Hz의 주파수를 가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고유와 주파수 이 두 단어를 합치면 물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떨림의 주기가 얼마인가?를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행이게도 물체의 고유주파수는 이론적인 계산으로 구할 수 있다. f= 1/2π √(k/m) = 1/2π √(강성/질량)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물체의 고유주파수는 강성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강성이란 물체의 단단함의 척도이고 질량은 무게를 나타낸다. 어떤 물체가 있을 때 그 무게와 단단함을 알 수 있다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 쉽지가 않았다

임팩트테스트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이 공진이라는 현상은 굉장히 유용하면서도 한편으론 끔찍한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 활용을 하던 피하던 일단 공진주파수가 몇인지를 알아야만 대책을 세울 수 있겠지만 이론적으로 구할 수 있다던 고유 진동수는 실생활에는 적용하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물체의 질량은 정확하게 구할 수 있어도 그 물체의 단단함인 강성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물체의 강성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하여도 다양한 형상에 따라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강성이 서로 다른 여러개의 물체가 합쳐졌을 때에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연구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고유진동수는 대부분 실험을 통해 얻어내게 된다. 그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모든 주파수를 순서대로 가진을 해 보며 증폭이 되는 주파수를 찾는 셰이커와 물체를 때려 모든 주파수를 동시에 가진 하고 증폭이 되는 주파수를 찾는 임팩트 테스트다. 물체에 어떻게 진동을 가하는지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두 방법 모두 저주파부터 고주파까지 모두 진동시켜보는 테스트다.

 

먼저 셰이커는 그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그네를 가속시키는 타이밍을 알고 있지만 그 경험을 얻기 전에는 느리게도 빠르게도 밀어보며 가속을 실패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셰이커 또한 저주파부터 고주파까지 모두 흔들어보며 증폭이 되는 때를 찾아서 알려주는 장치이다.

 

다음으로 임팩트 테스트는 망치로 물체를 때리는 것인데 무언가를 때린다는 행위는 모든 주파수를 가진 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물체를 때린 후 뒤에 남아있는 진동을 분석해보면 고유 진동수와 일치하는 주파수는 증폭이 되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주파수는 반응이 없어 고유주파수를 알아내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구한 고유주파수는 어떻게 사용이 될까?

2부에서 계속

 

공진 - 작은 진동이 건물을 어떻게 무너트렸을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