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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철근 콘크리트 - 왜 둘이 같이쓰나?(신이 내려준 선물)

by 테크스토리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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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철근 콘크리트 줄여서 철콘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직접 들어본 경험은 없더라도 콘크리트 속에 철근이 박혀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건축자재로써의 철근 콘크리트는 굉장히 우수하며 5층 이상의 고층건물을 지을 때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왜 철근과 콘크리트는 함께 사용될까? 철근이 없어도 콘크리트는 굳으면 딱딱한데 말이다.

 

 

기원전부터 사용된 콘크리트

판테온신전

콘크리트의 역사는 정말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에서도 화산재 퇴적물의 일종인 응회암의 분말과 석회 모래를 굳혀 접착제로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시멘트(Cement)라는 영어는 '잘 붙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모래와 자갈 등을 혼합하고 물을 섞어 조용히 두면 몇 시간 후 바위처럼 단단해진다. 이러한 특성을 사용해 접착제뿐만이 아닌 건축자재로도 사용이 되었다.

 

가장 유명한 건축물로는 기원후 126년 완성된 로마 판테온 신전이 있다. 현대에 비하면 원시적인 천연 콘크리트를 사용해 무려 43.4m의 돔을 만들어냈고 200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무너지지 않고 잘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30년이면 재건축을 하려고 난리를 치는데 콘크리트는 사실 2000년을 넘게 버티는 재료였다!

 

 

당기는 힘에 약한 콘크리트

인장, 압축응력

하지만 콘크리트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위에서 무거운 하중이 누르는 것과 같이 압축되는 힘에는 굉장히 강력하지만 당기는 힘에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수치로 표현하자면 당기는 힘은 미는 힘에 비해 고작 1/10만을 버텨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선 판테온 신전을 지을 때에는 말총(말 꼬리털)을 섞어 당기는 힘에 대한 저항력을 높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건축물도 고대의 말총과 같이 당기는 힘에 대한 저항을 가지는 재료를 넣어 건물을 짓고 있다. 인장응력에 대한 저항을 가지는 제품은 밧줄이나 와이어 같이 다양하지만 왜 하필 철근만이 콘크리트 내부에 들어있는 것일까?

 

 

모든 물질은 온도에 따라 수축 또는 팽창을 한다.

다리 이음쇠

다리를 건널 때 위와 같은 톱니모양의 틈을 본 적이 있을 텐데 저것의 용도는 뭘까? 대부분 물질은 열을 흡수하게 되면 팽창을 하고 열을 방출했을 땐 수축을 한다. 다리의 재료인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도 동일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다리 사이에 틈을 만들어 열팽창으로 인한 뒤틀림을 막기 위함이다.

열팽창계수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내부에 넣는 와이어도 열팽창을 할 것이다. 열을 받았을 때 얼마큼 팽창하고 줄어들지는 열팽창 계수를 통해 알 수 있다. 열팽창 계수는 온도가 1°C 증가하였을 때 특정한 방향으로 늘어난 길이로 정의된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온도가 변화함에 따라 각각의 재료는 다르게 열팽창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이 내린 환상의 궁합

열팽창계수

만약 콘크리트와 그 내부에 들어있는 와이어가 서로 열팽창 계수가 다르면 어떻게 될까? 콘크리트에는 조금씩 크랙이 생기고 시간이 지나게 되면 붕괴가 일어날 것이다. 콘크리트의 열팽창 계수는 약 10~13 정도인 것을 감안해 위의 표에서 적합한 금속을 찾아보면 철과 니켈이 보인다. 하지만 니켈에 비해 훨씬 구하기 쉽고 저렴한 철이 콘크리트의 짝꿍으로 선택이 되었다.

 

그런데 겨우 열팽창 계수만 같았다면 신이 내려준 건물이라는 이름이 조금 민망한 것 같지 않은가? 당연히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당기는 힘에 대한 저항이 부족했던 콘크리트와는 달리 철은 누르는 힘에 대한 저항이 부족하다. 둘을 함께 사용하면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에 대해 저항하고 철은 당기는 힘에 대해 저항해 압축과 인장 응력을 모두 견딜 수 있게 된다.

 

또한 철은 공기에 노출이 되면 녹이 슬며 부식이 진행된다. 하지만 콘크리트 내부에 숨어있다면 공기나 물과 만나지 않아 그 모습 그대로 오랜 시간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콘크리트 내부에 철근을 넣는 양이 정해져 있다. 너무 많이 넣는다면 재료비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건물의 붕괴 직전까지 너무 튼튼하게 버텨 대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적당히 넣는다면 건물이 조금씩 무너져 징조를 파악할 수 있고 대피 할 수 있다. 삼풍백화점도 건물이 무너지기 전에 크랙이 발생하고 식당이 주저앉는 등 징조가 보였는데 이는 돈을 아끼기 위해 철근을 적게 심은 것 덕분이라고 한다.

어떤가? 이쯤 되면 신의 선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철근콘크리트 - 200년은 멀쩡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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