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진(共振, resonance)은 우리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간단하게는 라디오부터 우리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MRI(자기 공명 영상, Magnetic Resonance Imaging)등 다양한 장치들이 공진현상을 사용해 우리의 삶을 이롭게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공진은 양날의 검과 같아 잘못 사용이 되었을 때는 매우 작은 힘으로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공진이 필요한 곳에서는 활용하고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는 회피를 하며 기술은 발전해왔다.
공진은 언제 발생하나?
앞선 포스트에서 고유 주파수에 관해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질량과 강성의 조합으로 구할 수 있는 고유 진동수와 외부에서 가해지는 진동이 일치할 때 에너지는 방출되지 못하고 쌓여 증폭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너지가 방출되지 못하고 쌓여 증폭이 된다는 것인데 고유 주파수와 외부의 진동이 일치하였더라도 충분한 에너지가 쌓이지 않는다면 파괴적인 힘을 내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피해야 할 파괴적인 공진의 핵심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 에너지가 축적되었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눈치를 챈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가 자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유 진동수가 존재하지만 그 주파수를 장시간 가진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고유주파수는 존재하나 물체의 내부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많게 해 에너지가 잘 축적이 되지 못하게 하여도 물체의 파손을 막을 수 있는데 이런 기술을 공진 회피(방진)라 칭한다.
공진 회피(방진) 기술
혹시 버스가 출발할 때나 세탁기가 돌아가기 시작할 때쯤 큰 진동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최근 들어 전기버스로 많이 교체가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도로 위에 운행되는 수많은 내연기관 마을버스들은 출발할 때 온몸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큰 떨림을 동반한다. 이는 차량의 동력전달계통에 존재하는 고유 진동수와 엔진의 회전 떨림이 만나 공진을 일으킨 예로써 큰 에너지가 쌓이기 전에 빠르게 지나치며 공진을 회피한 것이다. 물론 빠르게 지나치는 것 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꽤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니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자.
1. 공진점 이동(실 사용영역 아래로)
앞선 버스의 예시와 같이 실제 주행 중에는 큰 떨림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저속 구간을 빠르게 지나쳐 차량을 파손시킬 만한 에너지가 쌓일 시간을 없앤 방법이다. 물론 정차 후 매 출발 시마다 느끼게 되는 큰 떨림이 불쾌하기는 하지만 설계적인 이점과 후술 할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감수하고 사용한다.
2. 공진점 이동(실 사용영역 위로)
앞선 방법과 마찬가지로 실 사용영역 밖으로 공진점을 보내버린 경우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도달
할 수 없는 높은 주파수로 보내버려 모든 구간에서 큰 떨림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스에 이 방식이 적용이 되었다면 초기 출발 때 느껴지는 큰 떨림이 아예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방법이 있음에도 우리는 매 출발 시마다 떨림을 느끼고 있는데 왜 그럴까?
현실적인 어려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돈이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기능상 문제가 없는 두 가지의 선택지 중 비싼 것과 싼 것이 있으면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당연히 저렴한 선택지를 고를 것이다. 물체의 고유 주파수는 강성(물체의 단단함)에 비례하고 질량(물체의 무게)에 반비례하는데 물체의 강성을 높인다는 것은 더 단단한 소재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물론 버스의 경우 고유진동모드가 저속 구간에 반드시 존재해 아무리 강성을 높인다고 하여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강성을 높이거나 무게를 줄이는 것 보다는 그냥 무게를 늘려버려 자주 사용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치는 구간으로 공진점을 이동시켜버린 것이다.
3. 소재 변경
물론 소재를 변경하게 된다면 공진 주파수 자체가 이동하겠지만 공진 주파수가 이동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에너지가 잘 쌓이지 않는 소재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단단한 철에서 고무로 변경한다면 진동이 고무라는 물질 내부에 잘 쌓이지 않는다.(열이나 소리로 방출) 그래프로 살펴보면 뾰족하던 피크점이 뭉툭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적절한 소재로 변경을 한다면 공진 주파수의 변화가 없더라도 심각한 파괴는 막을 수 있다.
4. 공진 주파수 쪼개기(다이내믹 댐퍼)
그렇다면 앞선 방법들이 모두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진 주파수를 아무리 이동시켜도, 소재를 바꾸더라도 주된 사용 영역 내에 공진이 존재한다면 마지막 방법을 써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하나의 큰 공진을 두 개의 작은 공진으로 쪼개는 것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떨지 말아야 할 시스템과 동일한 특성을 가진 물체를 붙여 대신 진동하도록 만들면 된다. 이때 사용되는 장치가 바로 다이내믹 댐퍼이다. 굉장히 많은 분야에서 실제 사용이 되고 있으며 차량 하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뭔가 필요 없어 보이는 위치에 동그란 고무가 설치되어있다면 그것이 바로 다이내믹 댐퍼이다.
공진은 피해야만 할까?
공진은 물건이나 구조물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도 하지만 공진이 없다면 우리는 악기들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악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공진을 통해 증폭되어 특정음이 크게 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타악기의 경우 연주를 할 때 때리는 행위를 하는데 앞선 포스트에서 임팩트 테스트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때린다는 행위는 저주파부터 고주파까지 모든 주파수를 가진하는 것이고 물체의 고유 떨림에서 음이 증폭이 되어 들리게 된다. 실로폰의 길이가 다양한 이유도 공진주파수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이외에도 공진은 정말 다양한 곳에 이용이 되고 있다. 두 얼굴의 공진이야말로 양날의 검이 아닐까?
공진 - 작은 진동이 건물을 어떻게 무너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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