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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노이즈 캔슬링의 원리와 한계 (2) - 공간의 소리를 없앨 수 있을까?

by 테크스토리 2022.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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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캔슬링 스피커는 없을까?

노이즈 캔슬링이 대중화 되었지만 ANC기능이 탑재된 제품을 찾아보면 헤드폰이나 이어폰에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을 조금 더 확장하면 ANC가 가능한 주파수내에서 특정 공간의 소음을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저주파 영역에서 조차 공간의 소리를 상쇄시킬 노이즈 캔슬링 스피커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이 기술이 실현된다면 공항 주변의 많은 집들이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되고 정부에서도 관련 보상금이 추가로 들지 않아 엄청난 경제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공간상에서 노이즈 캔슬링이 된다는 것은 도서관에서 이어폰을 꽂지 않고 큰 볼륨의 클럽 노래를 틀고 혼자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인데 기술적 한계가 있는 걸까? 아니면 아직 개발 중인 걸까?

 

 

공간상의 노이즈 캔슬링

필자가 구상해본 공항 주변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의 구상도이다. ANC는 기본적으로 소리를 듣고 위상을 반전시킨 후 스피커를 통해 재생하여 소리를 상쇄시키는 것인데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위상 반전을 시킬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었지만 넓은 공간에서라면 위상을 반전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 확보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행기의 소음이 잘 들리는 곳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아파트 주변에 스피커를 설치한다면 노이즈 캔슬링이 되지 않을까?

 

 

파동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공기 중의 음파는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사방이라 함은 3D 공간상으로 구면파를 이루며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일정량 스피커가 향한 방향으로 소리를 보낼 수는 있지만 세기의 차이일 뿐 파동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게다가 장애물을 만난다면 반사가 되기도 하고 매질의 밀도가 달라지면 휘기도 한다. 이는 고작 한 두 개의 마이크로 측정하여 정확한 파형을 알아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여러 개의 마이크를 사용해서 정확한 파형만 알아낼 수 있다면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할까? 그렇지는 않다.

아무리 정밀하게 파형을 측정해도 음원과 다른 위치에서 파동을 만들어낸다면 일부 구간에서는 상쇄시킬 수 있겠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상쇄되는 것이 아니라 증폭된 소리를 듣게 된다. 위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소리가 상쇄된 구간은 4개의 회색 직선만이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증폭된 소리를 듣게 된다. 귀의 위치가 조금만 이동이 되어도 더 큰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이때 소리가 상쇄된 구간을 정음 공간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비행기 엔진에 스피커를 달아 바로 상쇄시키면 되지 않나?

음원과 멀어진 곳에서 통제를 한다면 필연적으로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이 일어나는 구간을 만나게 되니 음원 바로 옆에서 상쇄시키는 파동을 만들어내면 되지 않을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노이즈 캔슬링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비행기 엔진 바로 옆에 스피커를 달아 즉시 상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거대한 엔진에서도 사방으로 소리가 퍼져나간다. 그렇게 하려면 엔진 주변을 감싸야하는데 그럼 하늘을 날 수가 없고...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비행기 엔진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리를 상쇄시키려면 적어도 비행기 엔진만큼의 출력을 가지고 있는 스피커를 달아야만 하는데 항공사들이 이런 스피커를 단 비행기를 추가금을 내고 구입할까? 아마 이런 스피커를 장착한 항공기는 팔리지 않을 것이다.

 

 

공간에서의 노이즈 캔슬링은 불가능한가?

오직 이론적인 관점에서만 보자면 앞서 이야기한 음원과 동일한 위치에서 즉시 반대 파동을 쏘아주거나 무한개의 마이크와 무한개의 스피커로 오차를 보정해가며 정음 공간의 크기를 늘려간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구현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RANC라는 상대적으로 저주파의 로드 노이즈를 상쇄시키는 기술이 GV80에 적용이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실제 성능은 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공간상의 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하기 가장 적합한 곳이 자동차이지 않나 싶다. 그 이유는 자동차에 타서 이동할 때 머리를 흔들지 않고 대부분 헤드레스트에 가만히 기대고 있기 때문에 양쪽 귀가 위치하는 곳에 정음 공간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로드 노이즈의 참조 신호를 차량 바닥 부근의 가속도계에서 얻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귀 바로 앞의 마이크에서 데이터를 받던 이어폰과 헤드폰보다는 훨씬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가능한 일이지 않나 싶다. 아무리 그래도 음속이 엄청 빠른데 그 시간 내에 제어를 하려면 비싼 장비가 들어갔을 것 같다. 역시 제네시스인가..?

 

 

정음 공간의 크기는 얼마큼일까?

이전 포스트에서 ANC는 파장의 절반 이상 오차가 나면 증폭이 되기 때문에 역위상을 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딱 파장의 절반만큼 오차가 나는 순간이 원래의 진폭과 동일해 열심히 역위상을 만들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구간이다. 그런데 노이즈 캔슬링을 하는 이유가 더 작은 외부 소음을 듣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최소 파장의 1/10만큼 오차가 나야 약 10~15dB 정도 줄어든다고 한다. 당연히 완벽히 타이밍이 동일하다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럼 계산을 해보자. 1kHz의 정음 공간 크기는 파장 = 음속/주파수이니 1kHz의 파장 길이는 340/1000=0.34(m) 즉, 34cm(유의미한 공간은 고작 3.4cm)가 나오게 된다. 이중 17cm는 증폭, 나머지 17cm는 상쇄가 되게 되고 이는 머리를 조금만 이동시켜도 보강 간섭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GV80에 적용된 기술은 이보다 낮은 주파수를 제어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장 최고의 시스템을 생각해보자면 차 안에서 헤드폰을 끼는 상황으로 볼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서 외부 소음을 측정하고(역위상을 만들기 위한 충분한 시간 확보를 위해) 귀 바로 앞에서 반대 파형을 쏴준다면 상당히 높은 주파수까지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근데 회장님들이 헤드폰을 착용할 것 같지가 않다.

 

 

노이즈 캔슬링의 미래는 어떨까?

현재 ANC 이어폰과 헤드폰의 한계는 약 2kHz 정도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진다면 더 높은 주파수까지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패턴을 학습하고 소리가 들릴 타이밍에 맞추어 쏘아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처리속도가 빨라진다면 그 즉시 반대 위상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시일 내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위에서 설명한 현대자동차의 RANC와 같은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의 특정 인원의 귀만 추적할 수 있다면 정음 공간 따위 생각하지 않고 ANC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탑승자의 얼굴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장착되어야 하고 이미지 처리에 의해 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아내어야 하는데 사운드 처리도 힘든 현재의 처리속도로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역시 이 또한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 줄 문제로 보인다.

 

 

 

 

노이즈캔슬링 - 진짜 아무소리도 안들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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