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의 대중화
에어팟 프로의 출시와 함께 노이즈 캔슬링의 시대가 열렸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줄이 달린 이어폰을 사용했던 것 같은데 그 줄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줄이 사라진 블루투스 이어폰에는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기술이 기본 탑재되기 시작했다. 물론 보급형 노이즈 캔슬링의 성능이 그리 좋지는 못하지만 이어폰을 끼고 나면 주변의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들을 착용하다 보면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외부의 소음을 물리적으로 차단시키는 커널형이 적용되어 있다는 것인데 오픈형을 주로 사용하던 필자 입장에서 적응이 되기 전 까지는 굉장히 불편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다들 알고 있다시피 노이즈 캔슬링은 들려온 반대 파형을 쏘아 소리를 상쇄시키는 것인데 굳이 불편 커널형을 사용해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오픈형의 개방감과 노이즈 캔슬링의 기술이 합쳐진다면 굳이 불편하게 귀를 막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Active Noise Cancelling VS Passive Noise Cancelling
일반적으로 우리가 노이즈 캔슬링 혹은 노캔이라 부르는 기술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ctive Noise Cancelling) 일명 ANC를 지칭하지만 ANC이전의 소음을 제거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바로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assive Noise Cancelling)이 사용되었다.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은 물리적으로 소음을 차단하는 것을 말하는데 쉽게 소리의 파동을 흡수하거나 반사시키는 흡차음재를 떠올리면 된다. 이것을 이어폰에 적용하면 바로 커널형 이어폰이 되는 것인데 물리적으로 차단을 시키다 보니 사용자로 하여금 불편함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PNC의 성능은 얼마나 빈틈없이 잘 막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불편할수록 더욱 좋은 성능을 가진 이어폰이 된다.
이보다는 복잡한 구성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은 액티브(Active)라는 말처럼 능동적으로 소음을 없애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외부에 장착된 마이크를 통해 측정된 파형을 정확히 뒤집어 상쇄시키는 것을 말한다. ANC의 성능은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정확히 파형을 뒤집어 스피커를 통해 방출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
파동은 중첩이 된다 (feat. 중첩의 원리)
우리가 소리를 듣는 방법은 공간상으로 파동이 방사되어 우리의 귀까지 파동이 도달하곤 그 파동이 고막을 통해 전기적 신호로 변환이 되었기 때문인데 고막에 닿기 전 그 파동에 반대되는 파동을 쏘아준다면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하다. 그런데 반대의 파동을 쏘았다는 것은 원래의 소리와 만들어진 새로운 소리 두 개가 공간상에서 합쳐졌고 그 결과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이론적 배경은 중첩의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에 있다.
중첩의 원리는 개별 요소의 합이 총합과 같다는 것인데 이 원리는 파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선형 시스템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원리로써 파동이라는 선형 시스템에도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첩이라는 것은 상쇄시킬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반대의 파형을 만났을 때이고 같은 파형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소리가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노이즈 캔슬링은 반대의 파형을 만들어 쏘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쏘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시스템 구성
시중에 나와있는 다양한 ANC이어폰과 헤드폰의 경우 가격이나 브랜드에 따라 다양한 배치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의 구성은 마이크, 제어기, 스피커로 구성이 된다. ANC가 적용이 되지 않은 시스템의 경우 스피커만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해진 모습인데 여기서 제어 방식에 따라 피드 포워드(Feedforward), 피드백(Feedback) 그리고 둘을 혼합한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이 존재한다.
각각의 제어 방식에 따라 서로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마이크로 듣고 제어기를 통해 변환하고 스피커를 통해 재생한다는 기본 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ANC의 3개의 기본 부품 중 가장 핵심적인 장치를 고른다면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외부의 파형을 정확히 측정하는 마이크와 반대의 파형을 재생시켜줄 스피커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두 부품의 성능은 많이 상향평준화되어있어 현재 ANC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은 제어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어폰을 지나 귓속에 도달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이 제어기가 소리를 듣고 반대의 파형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공기 중 소리의 속도는 340m/s
에어팟과 같은 이어폰의 경우 이어폰의 마이크부터 스피커까지의 거리가 길어야 1cm, 그보다 큰 헤드폰의 경우 2~3cm인데 대략 2cm라고 가정하고 계산을 해 보면 2/34000=0.000059초가 나온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소리를 듣고 변환하고 재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앞으로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는 알지 못하지만 지금까지의 기술 아니, 가까운 미래의 기술로도 이는 불가능한 속도이다. 지금까지 ANC라는 기술에 대해 설명하다 말고 이는 불가능한 기술이라니?
규칙적인 소음에 강한 ANC
마이크로 듣자마자 바로 반대 파형을 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ANC가 적용된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 이들이 ANC라고 만들어서 파는 제품들에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규칙적인 소음의 패턴을 파악하고 소리가 들리는 타이밍에 미리 반대 파형을 쏘아주는 제품들이다.
실제로 순간적인 충격이나 규칙적이지 않은 사람의 말소리 등은 노이즈 캔슬링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처음 노이즈 캔슬링이 개발된 이유이기도 한 순항고도에서 일정한 rpm으로 회전하는 비행기 엔진 소리나 정속 주행 중인 자동차, 기차와 같은 한정된 소음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사람의 말소리가 안 들리는 건 ANC덕분이 아니라 커널형 이어폰을 꼈기 때문이다.
각 제조사마다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나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얼마나 더 빠르게 소음을 학습(필터의 수렴)하는지, 증폭(발산) 하지 않는지에 따라 성능이 차이 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 하여도 예측 불가능한 소음은 제거가 되지 않는다.
규칙적이라면 어떤 소음이라도 ANC가 가능한가?
현재 나와있는 ANC알고리즘들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그 패턴을 찾아 적절한 필터를 만드는 가에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면 일정한 패턴을 가진 소음이라면 어떤 소리도 제거가 가능할까?
이렇게 묻는 것을 본다면 가능하지 않아서 물어본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맞다. 실제 소리의 위상을 완벽히 뒤집어 정확히 상쇄시키는 것은 사람이 직접 시간을 들여하기에도 쉽지가 않다. 궁금하다면 유튜브에서 공식 음원과 공식 inst를 다운로드하여 가수의 목소리만 뽑아내는 MR음원을 만들어보라. 굉장히 어렵다. 특히 저주파보다는 고주파의 소리를 ANC로 없애는 것이 보다 어렵다.
고주파의 ANC가 왜 힘들까?
주파수의 단위인 헤르츠(Hz)는 초당 진동하는 진동수로 정의가 된다. 저주파와 고주파의 차이는 같은 시간 내에 얼만큼 진동을 했는지로 나눌 수 있는데 대체적으로 1kHz 미만의 소리는 저주파로 분류가 된다. 그런데 저주파로 분류가 되는 1kHz라도 1초에 1000번이나 진동을 한다. 사람이 인지하지도 못할 짧은 시간 안에 파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주파는 고주파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진동수를 가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파형을 맞추는 것이 가능한데 완벽히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치시키면 일정 부분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주파의 경우 저주파와 같은 딜레이를 가졌다고 하여도 산과 산이 만나 증폭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오히려 ANC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소음이 들리게 된다.
파동의 길이를 파장이라고 부르는데 파장 길이의 절반은 소음이 감소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음이 증폭된다. 따라서 ANC를 사용하는 효과를 보려면 못해도 반 파장 이내의 차이를 보여야만 하는데 이 과정이 고주파로 갈수록 굉장히 어려워지게 된다.
에어팟 프로는 왜 오픈형에서 커널형으로 바꿨을까?
노이즈 캔슬링의 대중화를 연 에어팟 프로의 성능을 보며 에어팟 프로가 고수하던 오픈형을 포기하고 커널형으로 바꾼 이유를 한번 알아보자.
위의 그래프를 보면 3개의 선이 보인다.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인 직선, 착용만 한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PNC) 상태의 검은 선, 착용 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까지 킨 파란선.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ANC를 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 ANC와 PNC의 차이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물리적인 차단인 PNC는 고주파에서 성능이 좋고 반대 파형을 쏜 ANC는 저주파에서 성능이 좋은 것을 볼 수 있다. 저주파영역 중에서도 Low Bass영역(약 60Hz미만)에서도 성능이 좋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스피커 성능의 한계때문이다. 저주파 영역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일정 출력과 최소한의 크기가 필요한데 헤드폰이나 이어폰의 한정된 공간에서는 이를 장착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ANC의 성능이 좋은 구간이 그리 크지가 않다. 얼핏 보면 가청주파수 20kHz의 절반까지 성능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로그 스케일로 만들어진 그래프이기 때문에 자세히 보면 1kHz까지밖에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고주파의 특정 부분에서는 ANC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조용한 구간까지 존재한다. 이런 결과라면 고주파 구간에서 ANC를 작동시키지 않는 것이 더 좋은 상황이다.
그래서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광고를 한 에어팟 프로는 고주파의 ANC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PNC가 필요했고 그 결과 기존에 고수하던 오픈형을 버리고 커널형으로 갈아탄 것이다. 물리적인 차폐로 고주파영역은 없앨 수 있으나 저주파영역은 부족했는데 ANC로 저주파영역을 매꾸어준 것이다. 저주파는 ANC 고주파는 PNC로 인간의 가청주파수 거의 모든 영역에 효과를 보게 만들었다.
고주파 ANC가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론적으로는 주파수가 조금 커진 것뿐이 아니지만 아마 헤드폰이나 이어폰에서의 고주파 ANC는 가까운 미래에서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지만 소리의 전달 형식인 파동은 굉장히 복잡하게 전달이 되고 있어 다양한 파형을 고작 마이크 몇 개로 측정하고 위상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주파라 하더라도 고주파 음원과의 거리가 있고 충분한 데이터 처리 시간이 확보가 된다면 특정 구간에서 현재의 기술로도 고주파 ANC가 가능하다. 하지만 작은 기기의 헤드폰과 이어폰에서는 불가능할 뿐.
노이즈캔슬링 - 진짜 아무소리도 안들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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