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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법의 발전 (2) - 천문 항법(경도), 전파 항법, 위성 항법

by 테크스토리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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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먼 거리를 항해할 때 눈으로 확인하는 지문 항법, 하늘을 보고 확인하는 천문 항법 그리고 나침반으로 속도와 방향을 구해 나아가는 방법을 통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을 알아보았다. 지구에서의 위치를 표시함에 있어 현대의 방식처럼 위도와 경도 좌표만 주어진다면 그 어디든 찾아갈 수 있었을 텐데 과거에는 왜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한 경도

위도와 경도

위도(緯度, Latitude)는 지구상 적도를 기준으로, 경도(經度, Longitude)는 본초 자오선(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을 기준으로 얼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위도는 육분의라는 도구를 사용해 해수면과 북극성의 각도를 구한다면 비교적 쉽게 얻어낼 수 있었지만 경도는 하늘만 바라보아선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밤하늘

위도와 달리 경도는 북극성과 남극성과 같이 참조할 불변의 무엇인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360°)를 회전하기 때문에 하늘 위의 별들은 시간당 15°씩 이동을 했고 같은 위도의 모든 지역에서는 같은 별자리 지도를 시간의 차이를 두고 똑같이 만나볼 수 있었다. 이는 목적지의 별자리 지도를 구해 찾아간다고 하여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무리 구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우리는 지금 경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불변의 물체를 찾아내었던 걸까?

 

 

항법용 시계의 발명

경도를 구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지구의 자전이었다. 지구는 하루 24시간 동안 한 바퀴를 돌기 때문에 시간당 15°씩 회전을 하였는데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알아내 경도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정확한 시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었다. 특히 육지보다 가혹한 환경의 출렁이는 배 위였다면 더욱이. 

해리슨과 항법용 시계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고 했던가? 18세기 중반에 들어 존 해리슨에 의해 정밀한 항법용 시계가 개발되게 되었다. 기존의 시계들은 해를 사용하는 해시계나 물을 사용하는 자격루와 같이 특정 장소에 고정을 했어야만 했지만 해리슨이 개발한 항법용 시계는 들고 다닐 수 있었으며 경도를 계산해낼 수 있을 만큼 정밀해 전파 항법이나 위성 항법이 상용화되기 이전 약 200여 년 동안 수많은 배의 등대가 되었다.

 

 

전파 항법의 등장

이렇게 천문 항법을 활용해 육분의로 위도를, 항법용 시계를 통해 얻어낸 시간으로 경도를 알아낼 수 있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과 날씨가 맑지 않아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면 위치를 알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물론 일렁이는 파도 위라면 아무리 전문 교육을 받은 항법사라도 계산해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보다 정밀한 항법장치에 대한 요구가 이어졌고 전파 항법이 등장하게 되었다.

쌍곡선 항법

전파 항법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인 LORAN-C방식은 특정 송신 주기를 갖는 한 쌍의 송신국 전파를 활용한 쌍곡선 항법장치인데 쌍곡선이란 두 점의 거리차가 일정한 곡선이다. 두 점의 거리차가 일정하다는 것은 어떤 전파의 도착 시간차가 일정하다는 것이고 그 시간 차이를 구하면 어떤 쌍곡선 위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다시 말해 Master와 Secondary1이 특정 시간에 동시에 전파를 쏘고 항해를 하는 배 안에서 두 전파가 도달한 시간의 차를 구하면 빨간 점선의 쌍곡선 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다시 한번 Master와 Secondary2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면 파란 실전의 쌍곡선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이 두 쌍곡선의 교점을 지도에 표시해 현재의 위치를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방식에 비해 쌍곡선 항법장치는 정말 획기적인 방법이었고 날씨에 상관없이 위치를 얻어낼 수 있었지만 정확도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 쌍곡선은 2차원 평면 위에 존재하기 때문에 3차원의 둥근 지구에서는 오차가 커졌고 정확도 측면에서 95% 확률 분포로 460m 이상의 오차범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보다 정밀한 위치를 알기 위해 GPS가 탄생했다.

 

 

위성 항법 장치 GPS의 개발

위성 항법 장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또한 전파를 사용하는 전파 항법의 일종이다. 그러나 전파를 보내는 주체가 지구의 밖에 존재한다는 것이 다르다. 지구의 특정 위치에서 전파를 쏜다면 둥근 지구의 형상이나 장애물 때문에 설치의 제약이 있었지만 위성은 하늘 위로 쏘아 올려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훨씬 활용도가 높았다.

GPS

기본적인 작동방식은 LORAN-C의 방식과 비슷하나 이번에는 전파를 쏘고 전파가 반사되어 나온 시간을 측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위성에서 쏘아진 전파가 사방으로 퍼지고 0.001초 후에 되돌아왔다고 생각해보자.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km를 사용해 위성으로부터 150km 떨어진 구의 표면 어딘가에 우리가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GPS 위성 단 하나와의 통신으로 얻은 정보는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여러 개의 위성을 동시에 사용해 정보를 취합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하나의 위성으로는 구의 표면이라는 정보만 얻었지만 두 개의 위성으로는 구의 표면이 겹치는 원의 위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위성이 하나 더 추가돼 3개가 된다면 또다른 구가 생기고 이 세개의 구는 두개의 점에서 겹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4개의 위성을 사용하면 3개의 GPS 위성으로 얻은 두 점 중 하나의 점을 특정해 위치를 알아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GPS위성

우리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우리의 머리 위에는 수도 없이 많은 GPS 위성들이 떠있고 GPS를 사용 가능한 위치라면 최소 4개의 위성과 통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통신 불량이나 특정 장애물을 회피하기 위해 더 많은 수의 위성과 통신 중이며 위의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7~10개 정도가 우리 머리 위에서 통신 가능한 위치에 떠 있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기 위해 알고자 했던 정확한 위치는 이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지구에서는 GPS 시스템보다 정밀한 위치 측정 기술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지구 밖을 떠나 먼 우주로의 항해가 시작된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위치를 표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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