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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법의 발전 (1) - 지문 항법, 천문 항법(위도), 나침반

by 테크스토리 2022.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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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을 활용해 차량의 내비게이션이나 핸드폰의 지도를 통해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간다. GPS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가끔 '만약 GPS가 없다면 어떻게 찾아왔을까?'라는 상상도 해보지만 역시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선다. 하지만 GPS가 없던 시절에도 먼 거리를 이동했던 선조들은 과연 어떻게 길을 찾아갔을까? 

 

 

두려움의 존재 바다

배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는 언제나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남편을 바다로 떠나보내는 아낙들은 가슴을 졸이며 무사 귀환을 기도했고 바다로 떠나는 가장은 집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갔다. 만선의 꿈을 품고 먼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때론 먼 옛날 조상으로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때론 조류에 휩쓸려 망망대해로 나가게 되었다. 혹시 이런 상황에서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방법이 있었을까?

 

한 지점에서 다른 곳으로 도달할 수 있게 유도하는 방법을 항법(航法, Navigation)이라 부른다. 배 항에 법 법을 사용해 바다 위의 배가 길을 찾는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자동차, 선박, 항공기, 우주선 등 모든 탈것의 길을 찾는 데에 사용이 된다. 현대의 GPS가 없던 과거에도 그 시대의 항법을 통해 바다를 건너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기도, 지구를 돌아 본국으로 귀국하기도 했는데 그 발전을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보겠다.

 

 

눈으로 확인하는 "지문 항법"

희망봉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

가장 기본적인 항법 중 하나이고 또한 정확한 방법이다. 눈에 보이는 지상의 물표를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인데 현대의 우리도 애용하고 있다. 흔히 약속 장소를 잡으며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5시에 보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을 때 강남역 10번 출구가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상의 물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주변에 참조할 만한 특이한 지형이나 물체를 기준으로 삼는다. 

 

항해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유럽에서부터 장장 1만 km를 달려 "드디어 남쪽 끝에 도달했다!"라는 기대와 함께 이름이 붙여진 희망봉도 대표적인 지상의 물표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을 할 수 있는 지상의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은 특이한 형상의 특정 물표가 없거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연안만을 항해할 것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하늘로 확인하는 "천문 항법"

북극성 찾기

눈앞에 어떠한 지형이 존재하지 않는 망망대해에서도 하늘엔 언제나 다양한 천체들이 떠있었다. 물론 지금은 다양한 빛 공해로 인해 밤하늘의 별들을 관측할 기회가 잘 없지만 빛 공해가 없던 과거 낮에는 태양으로, 밤에는 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을 활용했다. 태양은 언제나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졌고 수많은 별들 중 일부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위치에 가만히 있었는데 그중 일부는 지구의 자전축과 동일한 위치 해 북반구에서는 폴라리스를, 남반구에서는 카노푸스를 활용해 남쪽과 북쪽을 알 수 있었다. 필자도 밤하늘을 바라보며 북두칠성이나 W 모양의 카시오페아 자리로 북극성을 찾는 습관이 있다.

위도찾기

하지만 북쪽과 남쪽이 어디인가?라는 것 만으로는 길을 찾아가기에는 부족했다. 대체로 항해는 북극과 남극을 향해 가기보다는 동쪽과 서쪽을 향했기 때문이다. 그때 육분의라는 도구를 사용한다면 바다의 수평선과 북극성의 각도(위도)를 구할 수 있었고 이렇게 얻은 배의 위도는 목적지의 위도와 비교하며 수직, 수평 항해를 통해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목적지의 위도가 60°이고 현재 배의 위도라 50°라면 수직 방향으로 10°이동 후 수평 방향으로 육지가 나올 때까지 이동하면 됐다. 그런데 만약 날씨가 좋지 않아 별들을 확인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날씨가 맑아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을까?

 

 

나침반의 등장

중국 나침반

바로 여기서 중국의 4대 발명이라 불리는 나침반이 등장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나침반은 지구를 거대한 하나의 자석으로 생각해 방향을 알 수 있는 장치인데 이를 사용하면 날씨가 흐려도 현재의 방위를 알 수 있었다. 위도를 알지 못하더라도 나아가는 방향과 함께 배의 속도를 구할 수 있다면 지도를 보며 목적지로 향해갈 수 있었다.

 

당시 배의 속도를 알아내는 방법으로는 배의 선수에서 나무판을 던지고 배의 선미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계측했는데 방향과 속도를 활용해 항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완벽했지만 당시 나침반의 성능이 그리 좋지 못했으며 이동 거리가 늘어날수록 목적지와의 오차가 커졌다. 그래서 나침반은 보조수단으로 전락했고 다시 천문 항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가 위도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따라오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경도인데 현대의 GPS도 위도와 경도로 위치를 나타내는 것을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같은 방식으로 좌표를 찍어주었다면 굳이 복잡한 항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든다. 물론 우리의 선조들도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경도는 위도와 달리 쉽게 얻어낼 수 없었다.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18세기 이전의 기술로는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걸리버 여행기에 쓰인 영생 해야 누릴 수 있는 즐거움 3가지 중 하나가 경도를 알아내는 것이었으니...

 

도대체 가로선인 위도는 쉽게 알아냈어도 세로선인 경도는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라니 이유가 뭘까?

2부에서 계속.

 

항법의 발전 -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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