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도구를 사용하며 발전을 해 왔다. 시대를 구분할 때에도 석기, 청동기, 철기로 구분을 할 만큼 우리 곁에 있는 철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우리가 철을 자유자재로 다루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 만큼 고품질의 철을 제련하는 것은 힘들었고 철을 잘 다루는 국가는 세상을 호령했다. 그렇다면 21세기인 지금 세계에서 가장 철을 잘 다루는 국가는 어디일까?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어도 최상위권에 우리나라가 있음에는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포스코는 세계 1위의 자리를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데 과연 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대장장이가 만들던 철
철은 생활을 위한 도구로써, 다른 나라로의 침략이나 방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금속이었고 이를 만들어내는 직업인 대장장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여 국가의 중요한 존재 중 하나였다. 또한 일반인들의 눈으로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은 마치 마술처럼 보였었는지 동양에서는 도깨비로, 그리스신화에서는 헤파이토스로 묘사가 되어 있다. 심지어 병이 들었을 때에도 대장간을 찾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라도 균일하고 우수한 품질의 철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니? 쉽지 않은것이 아니라 랜덤에 가까웠다. 철광석이든 사철이든 철의 원료를 가지고 가열을 해 쇳물을 만들어야 했지만 고온의 쇳물 속에 섞여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쉽지 않았고 방법을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몇몇 검은 품질이 우수하기도 했는데 우연하게 철이 식으며 불순물이 한쪽으로 가라앉았고 그 반대편의 철을 사용해 검을 만들었을 때 강력한 명검이 탄생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철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불순물을 잘 제거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대장장이들은 망치를 두들겼다. 두들기고 접고 가열하고 다시 두들기는 이 방식은 접쇠라 불리며 철의 깊숙이 탄소를 침투시키고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굉장한 노동력을 소모하였기에 단 하나의 검을 만들기에는 적절하나 대량생산에는 큰 어려움이 따랐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철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저렴한 비용과 적은 노동력 그리고 짧은 시간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앞선 대장장이의 방법에서 가장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었던 과정은 어디였을까? 철을 만들때에는 기본적으로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모양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는데 철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가장 오랜 시간 노력이 들었던 것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쇳물 속에 존재하는 불순물의 종류로는 인(P), 황(S), 규소(Si) 등이 있다.
1855년에 특허를 취득한 베세머법(Bessemer Process)은 불순물 제거에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드디어 강철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핵심 원리는 녹은 쇳물에 공기를 불어넣고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켜 철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인데 산소에 의해 철의 온도가 상승했고 이는 녹은 상태를 유지하는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또한 위의 과정을 통해 철 속에 존재하는 탄소(C)의 양을 조절할 수 있었다. 쇳물에 불어진 공기 속에 들어있는 산소와 반응해 이산화탄소로 배출. 철의 가공에 있어 탄소의 함량은 굉장히 중요하며 일반적으로 탄소함량이 높을수록 철의 단담함(취성)이 증가한다. 취성이 높은 물질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졌을 때 변형이 쉽게 되지 않고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그대로 깨져버린다. 대표적으로 가마솥이 있다.
현대의 철 생산
철을 만드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량생산의 관점에서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고 더 이상 장인이 필요하지 않다.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모양을 만들던 과거의 방식은 현대에 들어 제선, 제강, 연주, 압연이라는 4개의 공정으로 바뀌었으며 과거에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철을 생산하고 있다.
1. 제선
제선(製銑, Pig Iron Making)은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기초공정이다. 철광석(원재료), 코크스(연료), 석회석(불순물 제거)을 넣고 고로 아래로 뜨거운 공기를 불어 넣어 빨간 선철이 나오게 된다. 고로(高爐, Blast Furnance)의 상부에서는 재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겹겹이 쌓아올리며 들어간 철광석이 쇳물이 되어 나오는 데 까지는 약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2. 제강
제강(製鋼, Steelmaking)은 제선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선철 내부에 존재하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용광로에서 나온 선철에는 약 4% 가량의 다양한 불순물이 섞여있고 이는 현재 앞서 이야기한 베세머 공법에서 보다 발전한 방법으로 제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제철소 사진을 볼 때에 거대한 용광로에서 쏟아지는 쇳물이나 그것을 옮기는 토페도카의 모습을 떠올릴텐데 그것이 바로 제강 공정이다.
3. 연주
연주(連鑄, Continuous Casting)는 연속주조의 줄임말로써 제선과 제강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쇳물을 틀에 넣어 굳히는 과정이다. 이때 만들어지는 종류는 슬래브, 블룸, 빌렛등이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이전의 중간재라고 보면 된다.
4. 압연
압연(壓延, Rolling)은 영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롤러를 사용해 가공하는 방법이다. 철을 포함한 금속은 넓게 펴지는 전성과 길게 늘려지는 연성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다. 뜨겁게 열을 가해 가공을 하는 열간압연과 식은 상태로 진행하는 냉간압연이 있으며 만드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기업들에게 전달이 되고 기업은 다시 가공을 해 우리에게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철은 거의 모든 산업에 사용이 되고 철이 없다면 산업의 발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최고의 제철소가 우리 곁에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태풍이 강타한 포스코 - 절대 멈추지 말아야할 용광로가 멈췄다
'과학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량형 통일의 역사 (2) - 미터법의 역사 (1) | 2022.04.26 |
---|---|
도량형 통일의 역사 (1) - 나폴레옹은 작지 않았다? (0) | 2022.04.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