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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디지털 풍화 - 시간이 지나면 화질이 나빠진다?

by 테크스토리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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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風化, Weathering)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바람에 의해 암석과 같은 것이 깨져 점차 토양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몇몇 짤들은 수 십 년은 지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생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진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어떻게 디지털 데이터에도 풍화현상이 발생한 걸까?

 

 

디지털 풍화란?

디지털 풍화

종이에 인쇄된 오래된 사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이 변하거나 닳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디지털 데이터가 풍화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디지털로 저장된 몇몇 사진들을 살펴보면 정말로 풍화가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필자가 즐겨 보는 스타크래프트 명경기 영상들은 생성된 지 10여 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소리며 영상이며 볼품이 없어져 버렸다. 

 

디지털 데이터는  0과 1로 이루어진 숫자 데이터이다. 따라서 데이터가 저장된 하드디스크가 손상을 입었다면 데이터가 통째로 날아가거나 읽히지 않을 것이다. 0과 1(2진수)이었던 데이터가 0.2, 0.7이 되지는 않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위의 사진은 정상적으로 읽혔음에도 그 모습이 볼품없다. 사실 이는 실제 자연에 의한 풍화 현상이 아닌 과도한 압축으로 인한 화질 저하 현상이다.

 

 

디지털 데이터의 압축

눌러담기

우리가 짐을 싸서 여행을 간다고 생각을 해 보자 해외여행의 경우 캐리어와 기내에 들고 탑승할 배낭 한 개를 가지고 공항으로 향할 것이다. 이제 출발 전날 짐을 싸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옷은 반듯하게 접어 차곡차곡 쌓을 것이고 부피가 나가는 외투는 진공포장을, 그것도 모자라 꾹꾹 눌러 담지 않았는가?

 

컴퓨터의 저장장치도 마찬가지다. 저장공간은 캐리어의 크기와 같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꾹꾹 눌러 담아 보관한다. 특히 저장용량이 극도로 작았던 과거에는 약간의 공간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개발자들은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했고 그때 데이터 압축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다.

 

여러 압축 알고리즘들이 존재하지만 크게 손실과 무손실 압축이 존재한다. 다시 캐리어에 짐을 싸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어떻게든 꾹꾹 눌러 담아 지퍼를 잠갔다면 무손실 압축이고 도저히 넣을 수 없어 집에 두고 떠나는 것은 손실 압축이다. 당연하게도 무손실 압축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들고 오려 했던 모든 물품이 캐리어 안에 들어있지만 손실 압축은 집에 두고 온 물품은 찾을 수 없다.

 

 

사진의 압축

사진의 용량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거대하다. 위에 보이는 사진의 화질은 Full HD로 가로, 세로 픽셀의 개수가 1920*1080으로 총 2,073,600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RGB총 세 가지의 색으로 구성되고 각각의 색을 256단계로 나누니 하나의 픽셀이 가지는 데이터 용량은 3byte이다. 그런 픽셀이 2,073,600개가 있으니 곱하면 약 6MB의 용량을 가지게 되지만 이 사진의 용량은 고작 0.56MB에 불과하다.

 

압축을 통해 용량을 1/10이나 줄여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진을 다시 원본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압축 형식이 JPG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대부분 사진 파일의 확장자인 JPG는 대표적인 손실 압축으로써 압축을 하고 난 뒤 원본 파일로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의 눈이 잘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을 적당히 포기해 압도적인 압축 성능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인간의 눈이 잘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을 적당히 포기했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눈은 색의 변화보다 위의 사진처럼 밝기의 변화에 민감하고 경계 부분이 뭉개졌을 때 화질 저하가 발생했다고 느낀다. 따라서 풍경사진보다 글자를 찍은 사진을 압축했을 때 화질 저하를 크게 느끼게 된다.

 

 

압축에 압축을 더하면?

무손실 압축을 실제로 해보면 알겠지만 아무리 압축을 추가로 하여도 어느 순간 더 이상 압축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손실 압축은 압축을 할 때마다 새롭게 손실 압축을 진행하기 때문에 반복될수록 급격한 화질 저하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위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핸드폰 캡처 기능은 대부분 JPG확장자로 저장이 되며 손실 압축이기 때문에 화질 저하가 발생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디지털 풍화는 사실 어떠한 자연현상도 개입하지 않았고 우리가 압축을 과도하게 한 결과물이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심각한 짤들도 이 세상 어딘가에 완벽한 화질로 남아있을 것이다. 혹시 심심하다면 한번 원본 파일을 찾아 복구해주자.

 

디지털풍화 - 바람이 불지 않는 하드디스크에 풍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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